칸사이 여행, 첫째날
Posted by 미스란디르
무계획으로 도착한 첫째날,
칸사이 공항에 내리니 12시에서 몇분이 모자라는 시각이다. 거친마루님님과는 퇴근 후 만나기로 했기때문에 이제부터 뭘 할지 좀 고민을 해야했다.
사실 이번엔 오랜만에 복수여권을 가지고 여행을 하게 되었기에, 그 얘기를 먼저 좀 해야겠다.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에겐 쉽사리 복수여권이 나오지 않는다. (이거 이미 좀 바뀌었고, 더 쉽게 바뀔 예정이다. 아이고 부러워 ;_;) 덕분에 대학시절부터 만든 여권만 7~8개는 될거다. 여권만드는 비용으로만 20만원 가까이 쓴셈. 이만하면 외교통상부에서 VIP고객으로 모셔도 아깝지 않을 판이지만 별로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복무완료일이 한달도 채 안남은 관계로, 복수여권 신청이 가능했다. 복무확인서를 뽑아다 구청에 가져다 주고 땡... 아니 이번엔 대행했으니까 구청에 들이대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10년짜리 복수 여권이 나왔다. 사진이 좀 후지지만, 원판이 그렇게 좋은것도 아니고 뭐 참자. 몇년안에 꽉채우고 속지 추가해줄테다.
스케쥴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좀 꼬여서 항공권이 제일 비싼 시기를 고르게 됐다. 세금을 포함한 항공권 요금이 47만원 정도. 비수기라면 30만원대 초반에 왕복항공권을 살 수 있으니, 꽤 비싼 가격이지만 좋아서 하는 짓인데 이정도 가지고 불평하면 곤란하지.
비행기를 혼자타기 때문에 생기는 이득은, 자리가 그럭저럭 좋다는 점이다. 내 자리는 14K. 10번까지가 비지니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앞자리다. 덕분에 나갈 때는 거의 제일 앞이나 다름 없었는데, 입국심사대까지 오니 웬걸, 잔뜩 밀려있다. 아마도 다른 비행기가 조금 앞서서 도착한 모양이다. 그래도 좀 기다리니 뚫린다. 뒤에 잔뜩 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만족을 느낀다. 하하하.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는 김포공항이의 청사 하나보다는 크지만, 인천공항보다는 많이 작다. 6년전에도 왔었지만, 그땐 출국할때만 잠깐 봤었고 기억도 잘 나지 않기에 입국장은 처음 보는것이나 다름 없다. 아무튼 그럭저럭 아기자기한 공항이라 보면 되겠다.
비행기 안에서 먹은게 말라비틀어진 소바 반그릇 정도라서, 애매하게 고픈 배를 채우려고 공항 카페테리아에서 뭐 하나 시켜 먹으면서 이제부터 어딜 갈까 고민을 했다. 옆자리에 앉은 두 한국인 아가씨가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뭐 적당히 흘려들으면서 내 고민이나 하자.
안내가이드에서 오사카편을 보고 마음에 드는데를 고른다. 대여섯시간 정도 시내 근처를 돌아다닐 만한 데를 고르고 나서 쓰룻토 칸사이 패스 3일권을 샀다. 요녀석은 약 1년의 유효기간을 가지는데, 기간중에 원하는 날짜 3일을 골라서 오사카와 근교의 지하철, 각종 사철, 버스등 JR을 제외한 웬만한것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 전날 회사에서 동료분이 이게 무척 유용하다고 추천을 해주셨기에 일단 사고 봤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칸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들어가는데는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리무진 버스·JR·난카이(南海)선 중의 하나를 고르면 된다. 아까 산 3일권패스로 난카이선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오늘 개시해서 쓰기로 결정. 짐을 쭐래쭐래 끌고 열차를 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대여섯번 정도 스는 직행 열차였지만 내부는 한국 지하철과 별다르지 않다. 좀 기차스러운 내부를 기대했지만... 맞은 편 플랫폼에는 내가 원하는 기차가 출발 대기중이었지만, 그걸 타려면 500엔을 더 내야한다. 쓸데 없는 지출은 일단 참아야한다.
난카이 난바역에 도착했을때는 오후2시경. 코인락카에 큰짐을 넣어 버렸다. 이건 이따 다시 와서 찾을거다. 400엔 아끼려고 끌고 다니는 삽질을 했다간 내일 돌아다니기도 전에 지쳐버릴거다. 확실히 6년전이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마인드가 다르다!
이번 코스는 시텐노지->텐노지공원->그 근방->신세카이를 도는 코스다. 가이드에서 적당히 시간 되는 정도로 잘랐다. 우선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지하철 갈아타고 도착.
여기저기 힐끔힐끔 기웃거리면서 사진도 찍고, 금당에 들어가서 잠깐 부처님 구경하고 나왔다. 사실 너무 더워서 구경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싶었다.
그렇다! 일본은 한국만큼 더웠다. 오기로 했던 태풍은 어떻게 된건지 소식도 없고, 하늘은 구름 한 점..도 없진 않지만 아무튼 맑았다.
그래도 기왕 온거 좀 보긴 해야지. 사천왕사는 성덕태자가 593년 건립한 절이란다. 꽤나 오래 됐지만, 5층탑등은 새로 지은것이라 실제로 그렇게 된건 아니다.
나오는길에 지지미를 파는 아줌마가 있길래 잠깐 구경을 했다.
어서와요 총각. 먹고가게?
아, 아뇨.; 배가 불러서.. 그냥 구경좀 할게요
아, 그려그려.
뭐 시덥잖은 얘기를 했다. 아주머니에 의하면 한국식 부침개 꽤 잘팔린단다. 옆에는 집에 가져갈 용도로 포장된 돌김도 있다. (보통 도시락에 하나씩 싸가는 바로 그것) 구경 좀 하고 텐노지 공원을 찾아 다시 걸어간다.
아 더워. 더워더워. 더운관계로 역이 나오자 마자 일단 내려가고 본다. 역 안엔 에어콘이 나오기 때문에 안에서 길을 찾는게 편하다. 방향을 잡고 다시 올라왔다. 역시 덥다. 뭐 그렇게 다시 걸어갔는데, 이때 시간은 벌써 4시를 넘었다. 그리고, 공원은 4시면 입장이 끝난다. 폐장도 4:30. 아니 이거 뭐 이랭친마ㅇㅇ친마ㅇㅇ친마ㅇ. 공원이면 우에노처럼 오픈해 놓는걸 상상하고 있던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뭐 귀찮다. 다음 목적지 신세카이로 이동. 별 감상 없다. 놀러온 애들이 좀 보이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다. 연유를 얹은 빙수를 사먹었다. 소스는 레몬맛으로.
카키코오리(빙수)하나 주세요. 레몬맛으로요.
알았어요. 연유는 뿌리는거 괜찮아요?
네
잠시 부스럭 부스럭. 연유를 안뿌리고 그냥준다.
연유는요?
아, 연유 뿌려요?
그니까, 좀전에 연유 뿌릴거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했잖아요..
아, 뿌리지 말아요?
뿌려주세요!
일본말 제대로 하려면 아직 멀었다 -.-; 왜이렇게 내말을 못알아듣지;
돌아다니다가 페스티벌 게이트를 발견. 여기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룡 열차가 있단다. 참고로 난 놀이공원에 거의 안 갈 뿐만 아니라, 이런 류의 떨어지는 놀이기구는 거의 못탄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때 난 이미 5층에가서 700엔짜리 티켓을 끊고 있었다. 잠시후 내렸을땐 역시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몇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사진도 못찍고. 아이고 억울해;
1층에선 왕의남자 포스터도 볼 수 있었다. '이거 여기서도 개봉하는군. 아직 안봤는데 보고가?...' 등등의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며 역에 돌아오니 시간이 꽤 됐다. 일단 난바로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핸드폰 시계(로밍해갔다. 임대폰은 노키아)는 분명히 6시인데, 역에 걸린 시계는 5시다. 얼레? 뭐 당연히.. 역 시계가 맞다. 이놈의 노키아, 시계 싱크가 바로바로 안된다. 당했다 -_-;
마음에 드는 찻집에서 아이스티를 시켜놓고 잠시 시간을 때우면서 그동안 삽질한 기록을 수첩에 썼다. 오.. 찻집에 들어가니 따뜻한 물수건과 냉수를 준다. 이것참 고맙네, 덕분에 정신이 좀 든다.
거친마루님이 사시는 히가시미쿠니(東三国)역에 도착한 것은 약 7시가 조금 못 되서다.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거친마루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잠시 장을 봐가지고 집에 왔다.
오오.. 이거 집이 꽤 좋다. 역시 살림집이 될 곳이라 그런지, 방도 널찍널찍. 자세한 것은 거친마루님 블로그를 참조~
다음날 내용은 다음편에...
PS. 자는데 역시 더웠다.; 더운 나머지 깼다잤다를 반복. 마지막에 깼을때는 잘때와는 다른방이었다.
